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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독립운동 했다고 대접받을 생각 없어 본문

신약본초 전편/신약본초 제26장

26-8 독립운동 했다고 대접받을 생각 없어

soul mentor 운권청천雲捲晴天 2017. 6. 21. 12:47

그래서 내 세상에 그런 허무한 일을 많이 보았는데, 내가 죄지은 일이 많은데 그건 뭐이냐? 내가 잘못한 죄겠지. 그건 왜 그러냐? 내가 왜놈한테 죄를 안 지었으면 많은 사람 죽이질 않는데 왜놈한테 죄를 지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죽인 사실 있어요. 건 뭐이냐? 천마산 영덕사에서, 그게 임오년(壬午年 ; 1942년)인데 나를 포위하고 생포할 수 없다면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평양에서도 오고 갑산에 있는 회산진 있어요, 회산진 부대도 오고 나남 연대도 일부 왔는데.

그래 수천 병력이 포위하고 올라오는데 올라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하고 친한 이가 아주 좋은 묵은 꿀을 갖다 주며 “빨리 이걸 쥐고 목이 탈 적에 몇 술 타 먹으며 빨리 이 산을 빠져라. 빨리 빠지지 않으면 내일 몇 시에는 쓰러지니까 내일 저녁에는 꼭 사살된다. 아주 그런 명령을 받고 오니 피할 길이 없다. 네가 손 들고 나가면 생포되고 아무래도 가서 죽을 걸 그러지 않으면 사살되고. 내가 네 심보 잘 아는데 너는 백 번 죽여도 손 들고 그런 인간이 아니니 빨리 도망하라.” “그래 형님 참으로 고맙소. 그 은혜는 마음속에 평생 잊지 않고 살겠소.”그러구 보내고 그 소리를 듣고 생각해 보니 거기서 내가 갈 곳이 멀어.

그래서 도망해 가다 총에 맞아 죽으나, 가만 누워서 한 시간이라도 편하게 살다 총에 맞아 죽으나 똑같은데. 비겁하게 총에 맞는 것보다 자신만만하게 간덩이로 총에 맞아 죽겠다 하고 누우니까 잠이 와서 한참 푹 자고 그날 저녁에 도망 안하고 새벽녘에 악수(惡水 ; 큰비)가 내리붓는데 비오는 소리에 깨니까 문 열어 보니까 비가 내리붓는다. 지금은 포위 다 하고는 죄어 들어왔을 텐데 이거 어떻게 되느냐? 아주 되게 부어요.

그리고 돌이 궁글고[뒹굴고] 거 뭐 물소리도 요란하고 사태가 나서 쓸어 내려가는데 거기서 죽는 사람은 한국 순사나 한국 사람들이야. 그때 경방단이나 이런 사람들이 앞장서 가지고 오다가 많은 생명이 다쳤는데 그건 내가 죽인 것보담도 내가 왜놈한테 죄를 안 지었으면 그런 참변이 안 왔을 거다 해서 마음으로 무척 죄송한 생각을 했지만 이건 불가항력이라. 내가 하고 싶어 한 게 아니고 나는 조상을 위해서 조국을 위해서 생명을 걸고 싸운 것뿐이지 내가 여러 사람 죽일라고 그런 것 아니지.

또 묘향산 설령암에서 그 이듬해 계미년에 또 있었어요. 꼭 이번엔 죽여라. 근데 잡히질 않았어요. 또 그런 폭우에 그 사람들이 다치니까 싹 도망해 가버리고. 그러고 계미년 이듬해 갑신, 그 이듬해 을유년, 광복돼서 서울로 나왔는데 그런 걸 볼 적에 본의가 아닌 죄를 짓는 일이 많이 있어요. 나는 본의가 아닌 죄를 지었어요, 짓고.

동지들이 같이 다니다가 남의 피땀 흘려 지은 농사, 옥수수를 북에서는 강냉이라 해요. 남이 먹어도 안 보고 지신(地神)에 고사도 안 드린 옥수수를 막 뜯어 가지고 주인이 나와 보거나 말거나 나무를 주워다 불 놓고 굽는데, 열에 한 알이 익었을까 말았을까, 배고파서 숨이 넘어가는 판에 익거나 말거나 먹으면 되는 거라.

그래서 그런 건 도적놈은 도적놈인데 요새 도둑놈은 사람 죽이고 빼앗는데, 사람 안 죽인 것만 해도 난 잘했다고 봐요. 요새 도둑놈보다간 잘한 도둑놈이라. 그런 짓을 한 일이 있으니, 내라고 해서 다 착한 일 하느냐? 좋은 일 하는 건 만(萬)이면 못된 짓 하는 것도 열 가진 넘을 게요.

그래서 선배 양반들이 “애국동지 원호회가 생겼으니 빨리 명부에 등재하라.” “거 형님, 정신 나갔소? 아, 댕기면서리 배고프다고 훔쳐 먹던 땐 언제고 지금 애국지사 양반들 앞에서 대열에 들어가? 내가 무슨 그런 대열에 들어갈 놈이오. 세상에 못된 짓 하고. 난 그런 데 안 가오.”

이러고 군정 당시에 적산가옥(敵産家屋) 배정할 때도 난 저 산속에 가버렸어. 오늘까지라, 오늘까지인데. 나는 욕먹을 짓도 많이 했지만 내 힘으로 이 나라에 도움이 된 건 없어. 그래서 이 민족을 도와줄 수 있는 힘은 오직 약성(藥性)을 제대로 일러줘 가지고 도와주는 건 내가 할 일이고 독립에 관해서는 털끝만한 도움이 안 돼. 그래서 거기엔 무슨 소릴 해도 대접받고 싶지 않고. 사람 살려 준데는 술이라도 한잔 가져오면 고맙다고 해요.

난 사람 살려 준 덴 죄 될 일을 한 일이 없어요. 전부 내 지성껏 도와줬지, 이런데. 거기도 욕 벌이 더러 있겠지요. 너무 건방지게 굴고 저까짓 늙은 이 촌 늙은이, 사람이 몇 푼짜리인데 저런 거 앞에 와서 구구하게 이거 물어 보느냐 하면서. 아주 거드름 피우고 참 한심한 소릴 해요. "너 같은 놈은 내 앞에 나타날 필요 없다, 가라." 그런 일이 있지, 없는 것도 아니오.

<神藥本草 841쪽~843쪽>